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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칼럼] 순천시립청소년 오케스트라 폐지는 문화 자살골

KECI | 2020.09.21 22:53 | 조회 33

아이들을 보는 눈은 안과 밖이 크게 다르다. 자기 자식일 때는 금이야 옥이야지만, 시선이 바뀌면 그냥 애들이다. 애들이 뭘 해! 그래서 아동과 청소년정책이 지원에서 늘 변방이다. 이 때문에 현실과의 심한 괴리가 발생한다. 잘하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상을 내려도 몇 번 내려야 할 순천시립청소년오케스트라를 폐지하겠다니, 어안이 벙벙해진다.  

 

KTX가 뚫리고, 순천만정원축제가 600만을 넘는 관광객 유치로 성공적인 축제라고는 하지만, 내부의 속살은 늘 목마름으로 아쉬웠다. 자체 문화 콘텐츠 역량과 인프라가 부족하고 예술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합창단과 극단은 있지만 오케스트 하나 둘 형편이 못된다는 것이다. 축구로 말하면 골게터가 빠진 것처럼 경기에 맥이 풀린다. 오케스트라가 한 도시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하였는데.... 

 

물론 시(市) 재정상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안으로 청소년오케스트라 하나 쯤 육성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한다. 우연히 접한 이들의 동영상은 말러 교향곡 제1번과 발레 호두까지 인형이었다.  가히 충격적이다. 성인 오케스트라도 매우 난곡으로 여기는 작품을 하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해냈다. 

 

문제는 어른들의 오판으로 청소년 문화가 죽고 자살이 는다. 

 

무슨 뜻인가? 아이들은 뭘 해도 한다. 그들의 형격인 BTS가 전 세계를 들었다 놓았다 하고 있지 않은가. 문제는 어른이다. 아이들은 아이들을 보고 자란다. 부모보다 더 감화와 전파력이 강하다. 그래서 저 악기가 뭔지, 어떤 소리를 내는지 모르고 자란다면 선천성 문화결핍성 증후군이 되어 성년이 되어서 이런 오케스트라를 죽이는 일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저지르게 되는 것 아닌가. 오히려 예산 절감했다고 어께를 으쓱 할지도 모른다.  이런 못난 어른들 때문에 성인되어서 문화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데도 말이다. 

 

▲ 순천시립청소년 오케스트라의 말러 공연   © 탁계석

 

좋은 그림을 절대 보지 않는다거나, 시(詩)나 음악회, 오페라, 일생 안 보는 것이 바로 어릴적 체험이 없기 때문이다. 악보조차 못 보았을 아이들이 지휘자의 땀 흘림에 적응하고 일궈낸 성취는 일생일대의 혁명이다. 이런 성취를 보는 또래 아이들이 자극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게 일부 학생들에게만 주는 혜택인가. 이 정도의 상식도 없이 문화정책 직무를 맡고 있다면 일단 순천 시민은 불행하다. 청소년 오케스트라, 이것이야말로 어둠에 내리는  햇살처럼 시민에게 공평하게 내리는 문화복지인 것이다.

 

이걸 오해하고, 왜곡하고, 불편하게 생각하는 행정이 오케스트라를 폐지하겠다고 나섰다니 기가 막히고 숨이 멎는다. 도시락 싸다니며 권장해야 할 청소년문화의 꿈을 밟는 발상이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것인가! 고향 발전에 치명상을 남기는 후회가 될 것이다. 

 

▲ 호두까기 인형의 한 장면   © 탁계석

 

이곳의 리더들은 가까운 일본도 한 번 가보지 못했는가. 관심이 없으니 못 보았을지 모른다. 수 만개의 오케스트라와 브라스밴드, 합창단이 동네마다 있다. 그 원인은 시장이나 시의원, 사장, 개인 사업자, 식당 종업원, 소방원, 택시 기사, 국회의원 모두가 어느 것 하나를 청소년 때 했고, 이 때문에 평생한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 다는 속담 그대로다. 

 

우리나라가 청소년 자살률 1위다, 저출산도 1위다. 안좋은 것 1위가 유독 많은 것은 탁상행정 때문이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의 '엘시스테마 운동'이 우리나라에 상륙해 전국으로 확산되지 않았는가. 문화가 없으면 소멸도시로 간다. 밥만 먹고 사는 척박한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 않아서다. 춘천만 해도 온세대 합창으로 수천명이 합창을 하고 있고, 오케스트라 운동도 활발하다. 거꾸로 가는 순천 문화정책, 결국 문화 자살골이다. 현장과 전문가의 목소리에 경청했으면 한다. 

 

탁계석 

한국예술비평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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